날씨를 보면 아직도 열대야가 기승을 부린다고 하는데, 저희 집은 그래도 벌써 아침, 저녁으론 신선해진 느낌이예요. 움직이면 여전히 몹시 덥긴 한데 그래도 가만히 있으면 좀 괜찮더라고요. 8월 마지막 주 날씨를 보니 최저기온이 20도 정도로 훅 떨어지던데, 그걸 보니까 지금이 아무리 더워도 살만한 거 있죠 ㅎㅎ 여하튼 지난 주말에는 거제에 잠깐 다녀왔어요. 시간이 없어서 가보고 싶은 곳을 다 둘러보진 못했지만, 그래도 거제도 횟집 맛집으로 소문난 횟집에서 제대로 포식을 하고 왔네요.

저희가 갔다 온 곳은 바로 장승포에 위치한 '황금어장' 횟집이라는 곳입니다. 제철회나 굴을 이용한 코스요리로 유명한 곳인데 저희는 이 날 회 코스요리를 맛보고 왔어요. 코앞에는 지심도로 들어가는 유람선 터미널이 있어서 찾기도 굉장히 쉬웠어요. 보니까 지심도 다녀오신 분들이나 가실 분들께서 여기서 식사를 많이 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맛도 맛이고, 아무래도 터미널과 가깝다 보니까 동선이 딱 맞아 떨어져서 여러모로 많이들 오시는 듯 했어요. 영업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였습니다. 마지막 주문은 오후 8시30분까지만 받는다고 안내되어 있었어요. 저희는 점심 시간을 살짝 지나서 도착을 했네요. 햇빛이 너무 뜨겁다 못해 따가워서 얼른 사진만 찍고 바로 안으로 들어갔어요.

한 눈에 봐도 무척이나 깨끗해 보이던 수족관입니다. 수족관은 이렇게 가게 안쪽에도 놓여 있더라고요. 커다란 문어가 힘 좋은 빨판을 자랑하며 유리에 붙어 있는데 엄청 싱싱해 보이는거 있죠. 횟집은 특히 수족관에서부터 위생 상태가 티나는 것 같아요. 보통 수족관이 더럽고 지저분한 곳은 홀 상태도 별반 다를게 없더라고요. 여기는 수족관 자체, 그러니까 겉면은 물론이고 내부까지 청결하게 관리되고 있었어요. 수질도 좋아 보였고요. 무엇보다 안에 들어 있는 해산물이 싱싱해보이니 더 말할 것도 없었네요.

출입문을 기준으로 왼편에는 수족관이 놓여 있었고, 바로 정면에는 귀여운 단지 모양의 화분들과 모범 음식점 마크가 세워져 있었어요. 가게에 딱 들어서자마자 이 마크를 보니까 저절로 신뢰감이 상승하더라고요. 예전에는 잘 몰랐는데, 자세히 알아보니까 모범 음식점 마크를 받는다는 게 상당히 까다로운 일이었어요. 위생적인 면에서 특히나 기준이 깐깐한데다 서비스와 맛 부분에서도 일정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따라서 여기는 그 모든 기준을 충족하고 마크를 받은 곳인 만큼, 이런 저런 불안감 없이 믿고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답니다.

가게는 홀과 룸으로 나누어져 있었는데요. 일단은 홀이 이렇게나 넓더라고요. 긴 테이블이 여럿 이어붙여져 있어서 단체 손님을 받기에 최적화된 모습이었어요. 그렇다고 소수로 가기 부담스럽거나 어려운 곳은 아닌 듯 했고요. 왜냐하면 거창한 코스 요리만 판매하는 게 아니라 점심 식사로 가볍게 먹기 좋은 단품 메뉴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었어요. 룸에는 들어가 보지 않았지만, 밖에서 대충 보기에도 깨끗하고 편안하게 꾸며져 있었어요. 룸은 좌식 테이블이다 보니 입식 보단 좌식이 더 편하신 분들이나, 좀 더 프라이빗하게 식사하길 원하시는 분들께 알맞을 듯 해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저희는 6만원에서 12만원대에 이르는 ‘제철회 코스요리’를 주문했습니다. 코스요리이기 때문에 메인 메뉴인 제철회 말고도 해산물회를 비롯한 다양한 메뉴가 나왔는데요, 시간을 두고 한 메뉴씩 나오는 게 아니라 이렇게 거의 다 한 번에 나와서 더 먹기 편하더라고요. 메뉴가 많아도 너무 많아서 뭐 부터 먹어야할지 고민이 될 정도였지만 그래도 취향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거제도까지 왔으니 해산물을 한 번 제대로 먹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장승포로 온 거였는데, 이렇게 한 상 거하게 차려진 걸 보니 딱 알맞은 곳에 찾아왔단 생각이 들었네요.

가장 먼저 에피타이저로 나온 죽부터 먹어 봤어요. 하얀 흰쌀에 간단하게 깨를 넣어서 만든 죽인데, 맛이 엄청 고소하고 부드러워서 식전에 먹기 딱 좋았어요. 씹으면 씹을 수록 입안에 퍼지는 깨의 풍미 덕분에 입맛도 금방 살아나는 듯 했고요. 저는 에피타이저로는 수프나 죽이 제일 잘 맞는 듯 해요. 샐러드나 다른 식전 음식들도 나쁘지 않긴 한데, 본격적인 식사 전에 이렇게 따듯하고 부드러운 음식을 먹어놔야 나중에 속도 편하더라고요. 그렇게 따듯한 음식이 먼저 나오는 거제 횟집이 마음에 들었네요. 그리고 여름이라고 해도 너무 찬 음식만 먹으면 장이나 위에 안 좋기 때문에 이렇게 섞어 먹는 게 제일 좋은 듯 해요.

그렇게 깨죽으로 입맛도 살리고 속도 알맞게 달래놓은 다음, 바로 메인 메뉴인 회부터 먹어 봤어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너무나 많았지만 그래도 제 눈에는 회부터 보이는 거 있죠 ㅋㅋ 이 날 나온 회는 광어와 농어, 감성돔이었는데요, 이름이 제철회인만큼 계절에 따라 회는 달라질 수 있다고 들었어요. 저는 제가 딱 좋아하는 녀석들로만 나와서 더 만족스러웠네요. 그리고 일단은 양부터가 엄청나더라고요. 아무래도 코스요리다 보니까 다른 음식들도 함께 나와서 메인 메뉴의 양은 좀 적게 나올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뭐부터 먹을까~ 고민하다가 젓가락이 향한 곳은 가운데에 꽃잎처럼 놓여있던 감성돔. 감성돔은 동해나 서해쪽보다 남해쪽이 훨씬 맛이 좋다고 하던데, 확실히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거제 횟집에서 맛본 감성돔이 식감이며 맛까지 다른 곳보다 뛰어나게 느껴지더라고요. 일부러 간장을 살짝만 찍어서 먹었는데도 굿이었어요. 흔히 돌돔, 참돔, 벵에돔, 그리고 감성돔을 4대 돔이라고 부르잖아요.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바다의 왕자라고 불릴 만큼 잡는 맛(?)이 좋다고 하고요. 그런데 근래들어 어획량이 확 줄어들어서 2020년부터는 산란기인 4~6월이 금어기로 지정된다고 하네요. 감성돔은 가을과 겨울이 최고로 맛있다고 하던데 그때 더 많이 먹어둬야겠어요.

첫점은 가볍게 와사비 간장에만 찍어 먹다가 나중엔 깻잎 쌈으로도 먹어 봤어요. 저는 고기 먹을 땐 상추를 더 자주 먹는데, 회 먹을 땐 이상하게도 깻잎에 더 손이 자주 가네요. 아무래도 깻잎이 향신료의 일종이라서 그런가, 특유의 풍미가 회의 맛을 더 풍부하게 살려주는 것 같아요. 마치 와사비처럼요. 거제 횟집은 쌈장에 잘게 쫑쫑 썬 생마늘이랑 고추가 들어가 있어서 훨씬 감칠맛이 좋았어요. 적당히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딱 제 스타일. 거기에 더 크게 썬 생마늘이랑 고추까지 넣어주니 좀 맵긴 했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매워서 맛있었네요.

 

이쯤되면 또 영상 한번 올려드립니다. 궁금하실 분들이 꽤 많을 것같아 사진보다 제대로 알 수 있는 영상을 올려드리니 꼭 한번 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또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해산물 회는 정말 종합 선물 세트처럼 다양하게 구성되어 나왔어요. 위에서부터 낙지탕탕이, 해삼, 멍게와 멍게 내장, 전복, 소라... 전부 선도가 훌륭한데다 먹음직스럽게, 그리고 먹기 좋게 손질되어서 나온 덕분에 보기만 해도 흐뭇했네요. 찍어 먹을 소스도 따로 나와서 참 센스있게 느껴지더라고요. 멍게와 해삼은 조금만 놔둬도 식감이 풀어지고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다른 해산물보다 빨리 먹어 봤어요. 해삼은 특유의 꼬들꼬들하게 씹히는 식감과 짭짤한 바다의 맛이 좋았고, 멍게는 달큰하면서도 씁쓸한 뒷맛의 여운이 잘 느껴져서 좋았네요. 단순히 신선하기만 한게 아니라 맛도 제대로 들어 있었어요.

소라는 익혀져서 나왔는데, 그래서 더욱 쫄깃쫄깃한 식감을 즐길 수 있었어요. 소라는 따로 양념장에 찍어 먹지 않아도 씹으면 씹을 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와서 좋더라고요. 잘못 손질했을 때 느껴지는 쓴맛도 전혀 없고, 비릿한 맛도 없어서 이렇게 본연의 맛을 즐기다가 한 번씩 초장에 찍어 먹으면 굿굿. 깻잎에 매콤한 쌈장이랑 생마늘을 넣고 싸 먹어도 조합이 괜찮았어요. 먹다 보니 자연스레 소주가 생각났지만 운전을 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자중했네요.

먹으면서 술 생각이 가장 많이 났던 메뉴는 바로 이 ‘돌멍게’였어요. 정말 안 먹어 봤으면 말을 말어~ 수준인 돌멍게.. 입 안에 넣는 순간 처음 딱 느껴지는 맛은 단맛인데, 뒤로 갈수록 시원하면서도 개운한 맛이 나서 중독성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바다를 통째로 옮겨 담은 듯한 맛이랄까요. 냄새를 맡아보면 정말 바닷 바람을 맡고 있는 듯한 신선한 바다 내음이 느껴졌어요. 이건 이렇게 회로 먹어도 좋지만, 멍게 비빔밥으로 만들어 먹어도 별미이지 않을까 싶네요. 멍게에는 타우린 성분이 풍부해서 피로회복과 노화예빵에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하고, 또 지방과 칼로리도 낮아서 단순히 맛만 좋은 게 아니라 영양가도 매우 높을 듯 해요.

낙지탕탕이와 멍게 내장도 먹어 봤습니다. 낙지탕탕이는 뭐 말이 필요없는 맛... 그냥 먹어도 고소한 낙지가 고소한 참기름과 깨에 조물조물 버무려져 있으니 역시나 중독성이 장난 아니었어요. 그 옆에 있는 게 바로 멍게 내장인데, 여기는 독특하게도 내장까지 손질되어서 나오더라고요. 근데 사실 저 부분이 멍게의 심장이라고 들었어요. 단맛이 함께 느껴지는 속살과 다르게 쌀짝 쌉싸름한 맛이 나는데 이것도 먹다 보면 은근히 빠져들더라고요. 거제나 통영이 멍게비빔밥으로 유명한데, 비록 비빔밥은 못 먹었지만 그래도 멍게 하나는 확실하게 잘 먹고 온 것 같네요.

문어숙회는 이렇게 한 마리가 통째로 나왔어요. 질이 떨어지거나 오버쿡된 문어는 식감이 질지기만, 질 좋고 제대로 만든 문어숙회는 탱글탱글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데요. 거제 횟집에서 나온 이 숙회 역시 문어의 매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특유의 식감이 아주 제대로더라고요.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 역시 중독성이 강해서 초장 없이 먹어도 맛있었어요. 이 날 원없이 먹었던 것 같은데 사진 보니까 또 먹고 싶어지네요.

보통 구이로 많이 나오는 가리비는 찜으로 나왔답니다. 가리비는 문어 못지 않은 쫄깃한 식감을 자랑하는데, 역시 가장 맛있는 부분은 관자같아요. 부드러우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더라고요. 조개 맛의 핵심이나 다름 없는 관자는 조개 껍데기를 여닫는 기능을 한다고 해요. 그래서 근육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더라고요. 불포화지방산인 DHA 성분도 풍부하게 들어 있어서 최고의 뇌건강 식품이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노인성 치매 예방에도 좋고, 열량은 낮지만 단백질이 풍부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라고 하네요. 게다가 관자에도 들어 있는 타우린 성분이 해독작용을 해주기 때문에 대사기능을 촉진하고, 지방 분해까지 도와준다고 하더라고요. 이래서 ‘해산물을 살 안쪄~’라는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요.

이제부터는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비롯한 스끼다시 타임~ 거제 횟집은 그냥 회만 잘 나오는 게 아니라 해산물을 좀 더 다양한 매력으로 즐길 수 있는 요리들도 많이 나와서 더 만족감이 컸어요. 이렇게 두부김치처럼 간단하면서도 다른 음식들과 곁들이기 좋은 메뉴도 있었고요. 두부는 좀 큼지막하게 나왔는데, 그러잖아도 고소한 두부에 검은깨까지 솔솔 뿌려져 있어서 향부터가 참 좋았어요.

반면 김치는 감칠맛이 예술이었던 볶음김치. 적당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볶음김치를 담백한 두부에 올려서 먹으니까 역시 별미가 따로 없었네요. 예전에 한참 다이어트할때 이렇게 많이 먹었었는데 맛있어서 너무 많이 먹었더니 살이 안 빠지더라고요 ^^; 두부는 완전식품이라고 불릴만큼 고단백 저칼로리 식품이지만, 아무래도 염분이 높은 김치를 많이 먹은 게 문제였던 것 같아요... 아무튼 여기는 맛집으로 소문난 곳 답게 김치맛도 좋았네요. 간도 너무 세지 않고 적당해서 더 부담없이 집어 먹을 수 있었어요.

돌게장까지 나오는 걸 보니 코스요리 구성이 새삼 참 알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끔 코스요리 시켜보면 가격도 비싸고 구성도 뭐가 참 많은데, 막상 먹어보면 속빈 강정처럼 느껴질 때가 많더라고요. 그냥 무작정 갯수만 많아 보이려고 이것저것 내놓은 느낌? 근데 여기는 그 많은 메뉴가 전부 비슷하게 겹치지도 않고, 품질도 좋고, 하나하나 정성 들여서 만들었다는 게 맛에서 가장 먼저 느껴졌어요. 코스 요리 구성할때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더라고요. 돌게장은 너무 짜지 않고 담백하면서도 감칠맛이 돌아서 입맛에 잘 맞았어요. 게 안에 살도 실하게 차 있고, 고추가 들어가서 끝맛은 매콤한 편이었어요. 원래 배 불러서 밥은 안 먹으려고 했었는데, 밥도둑을 먹고 있으니까 절로 밥 생각이 나서 결국 반 공기 정도 비벼 먹었더니 꿀맛이었네요.

이 메뉴는 비주얼만 보면 뭔지 확실하게 모르겠는 거 있죠. 그래서 직원분께 여쭤보니까 ‘피조개무침’이라고 알려주셨어요. 그제야 자세히 들여다 보니 꼬막 비슷한 조개살이 눈에 띄었네요. 가늘게 채썬 각종 채소와 함께 버무려져 있는데, 옆쪽에는 깻잎 위에 날치알까지 데코처럼 올라가 있어서 참 매력적인 메뉴였어요. 피조개 위에 채소와 날치알을 조금씩 올려서 먹으니까 쫄깃하면서도 오독오독 터지는 식감이 너무 좋더라고요.

껍데기는 물론 속살까지 꼬막과 비슷한 생김새라 구분하기 많이 헷갈리는데 그래도 좀 많이 크다! 싶으면 피조개인 듯 해요. 피조개는 왜 피조개일까, 궁금했었는데 이 조개의 혈엑에 사람처럼 헤모글로빈이 존재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대요. 피조개는 피를 너무 안 씻으면 비릿한 맛이 심해지고, 그렇다고 너무 씻어버리면 특유의 맛이 사라진다고 해서 손질할때 꽤 난이도가 높다고 하네요. 근데 전 꼬막과 아주 큰 차이는 못 느끼겠어요. 대신 크기가 큰만큼 쫄깃한 식감이 더 강한 것 같아요. 여긴 양념이 맛있어서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었어요. 초무침이라 적당히 새콤달콤 매콤한게 몇 개만 집어 먹어도 입맛이 확 살더라고요.

거제 횟집이 굴요리로 특히 유명한 곳이다 보니 굴맛도 한 번 보고 싶었는데, 센스 있게 굴탕수육이 나오는 거 있죠. 이것도 처음엔 그냥 일반 탕수육인가? 싶었는데 한 입 먹어보니 다름아닌 굴이었어요. 여긴 이렇게 튀김류도 여럿 나와서 마음에 들더라고요. 그냥 회 종류로만 나와도 전 다 잘 먹으니까 나쁠 거 없지만, 어린아이와 함께 오는 가족단위 손님들은 아무래도 애들이 먹기 좋은 메뉴가 몇 개 섞여 있어야 좋잖아요.

굴탕수육은 미리 만들어둔 게 아니라 방금 막 튀겨서 나왔다는 걸 증명하듯 엄청 바삭바삭한 식감을 자랑했어요. 소스는 적당히 달달했는데 그게 인공적으로 부담스러운 단맛이 아니라 좋았어요. 소스에 귤이 얹어져 있는 걸 보니까 단맛을 낼때 과일을 사용한 것 같더라고요. 고소한 땅콩 가루도 뿌려져 있어서 풍미까지 좋았네요. 겉은 이렇게 고소하면서도 달달한데 안에 들어있는 굴은 담백해서 균형이 잘 맞았던 것 같아요. 이 메뉴는 평소에 해산물을 안 좋아하거나, 편식이 심한 어린 아이들이 영양간식처럼 먹기 좋을 듯 하네요.

튀김 메뉴 중에 제가 제일 좋아했던 건 이 게튀김이에요. 한 번도 안 드셔보신 분들은 게를 튀기면 너무 딱딱해서 먹기 힘들지 않냐고 하시던데, 전혀 그렇지 않답니다. 제대로 튀겨져 있으면 그냥 일반 튀김처럼, 과자처럼 바삭바삭하게 씹히는 식감이 엄청 중독적이에요. 먹다 보면 정말 혼자서 한접시 해치우는 건 일도 아닐 정도... 이것보다 훨씬 큰 게를 튀겨서 팔기도 하던데, 저는 딱 이 정도 크기의 작은 게튀김이 좋더라고요. 더 바삭바삭해서 고소한맛이 제 스타일이에요.

이렇게 단호박 튀김도 나왔어요. 보통 이런 횟집에서 나오는 단호박 튀김 보면 좀 얇게 썰어서 나오던데 여기는 엄청 두툼하게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맛있는 단호박 특유의 포슬포슬한 식감과 단맛을 보다 찐하게 느낄 수 있었어요. 일단은 사용한 단호박 자체가 맛있는 단호박이더라고요. 단호박도 고구마처럼 식감이며 맛이 천차만별이라, 맛없는 걸로 잘못 고르면 물고무마처럼 물기도 많고, 당도도 떨어지는데 이 단호박 튀김은 거의 밤처럼 포슬포슬했던 것 같아요. 튀김 옷도 바삭하지만 얇은 편이라 느끼함도 없었네요.

저는 처음에 이게 쑥? 아니면 쑥갓? 그런 채소 튀김인 줄 알았어요. 근데 또 예상을 깨고... ㅋㅋ 두릅튀김이더라고요. 두릅은 아무래도 향이 강한 채소다 보니까 잘 못 드시는 분들이나 아이들은 이렇게 튀겨서 주면 딱 좋을 것 같아요.

전 그냥 데쳐서 고추장에 찍어 먹는 것도 좋아하는데, 이렇게 튀겨 놓으니 더욱 별미가 됐더라고요. 몸에도 좋고 맛도 좋고 그야말로 영양간식었네요.

그 외로는 거제 횟집 곤약샐러드부터 해파리무침, 그리고 채소말이까지 가볍게 좋은 음식들도 많이 있었어요. 이런 것들은 본격적인 식사전에 에피타이저로 먹기도 좋고, 식후에 먹어도 나쁘지 않고, 애기들도 좋아할 것 같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곤약샐러드랑 해파리무침이 맛있었어요. 오독오독 씹히는 식감이 굿굿.

달걀은 어떤 도구를 사용해서 잘라 놓은 건지 모양까지 예뻤네요. 완전히 완숙은 아니고, 그렇다고 반숙이라고 하기엔 더 많이 익은 상태였는데 너무 퍽퍽하지 않아서 먹기 좋았어요. 위에는 양념장이 얹어져 있어서 싱겁지도 않더라고요. 사실 되게 간단한 메뉴이지만 예쁘니까 더 좋았던 것 같아요 ㅋㅋ

그나저나 달걀 노른자는 마음 놓고 먹어도 되는 건지 아닌 건지 여전히 헷갈리네요. 항상 티비나 인터넷을 보면 의견이 분분하더라고요. 콜레스테롤이 높으니까 많이 먹지 말라고 하는 분도 계시고, 달걀 노른자에 있는 콜레스테롤은 나쁜 게 아니기 때문에 많이 먹어도 상관 없다는 분도 계시고... 요즘은 정보 과잉 시대라 그런지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게 더 힘든 것 같아요.

구이류도 하나 나왔어요. 전 사실 꽁치 구이는 안 좋아하는 편인데도 불구하고, 여기서는 평소보다 잘 먹고 왔네요. 비린내를 어떻게 잡은 건지 불쾌한 냄새가 전혀 안 나더라고요. 겉은 바삭해보일 만큼 제대로 구워져 있는데 안쪽은 촉촉하게 육즙을 머금고 있어서 식감도 좋았어요. 퍽퍽하지 않고 쫄깃쫄깃해서 이것도 밥반찬으로 먹으니 좋더라고요.

마지막엔 매운탕이 나왔습니다. 코스요리라고 해도 매운탕은 따로 주문해야하는 건가 싶었는데 다 포함되어 있더라고요. 매운탕 특유의 빨간 국물... 정말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비주얼이었어요. 끓으면 끓을 수록 냄새도 진해졌는데 먹기도 전에 맛이 느껴질 만큼 칼칼함이 장난 아니더라고요.

안에 뒤적여 보면 해산물도 넉넉하게 들어가 있었답니다. 근데 저는 너무 배가 불러서 건더기를 완벽하게 건져 먹진 못하고 국물 위주로 많이 떠먹었던 것 같아요. 다양한 채소와 해산물이 국물에 충분히 우러나 있어서 국물만 떠 먹어도 충분하더라고요. 첫 맛은 되게 칼칼하고 매운 느낌인데, 뒷맛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게 떨어져서 마음에 들었어요. 이 매운탕 먹으면서 소주를 마시면 해장까지 동시에 하는 기분이 들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는 안 되겠다 싶어서 결국 밥도 조금 말아 먹었네요. ㅋㅋ 저는 정말 별 수 없는 한국인인가봐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그리고 아무리 배가 불러도 마무리는 밥으로 해야 식사다운 식사를 한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이건 생 고구마인데, 처음에는 그닥 안땡겨서 손도 안 댔다가 뒤늦게 먹어 봤어요. 근데 의외로 달큰한 맛이 돌아서 맛이 괜찮더라고요. 담백하고 깔끔한 스타일이라 식후에 먹기에도 좋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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