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구청 맛집 인정 안 하려야 안 할 수 없는 왕세숫대야냉면
얼마 전 서울 등촌역 부근에 살고 있는 친구를 만나고 밤새 술집에서 술을 퍼부어 마시고 난 뒤 아침에 일어나 해장을 하려고 친구에게 시원한 냉면 맛있게 하는 곳이 없냐 물어봤는데, 줄 서서 먹는 곳이 있다고 하여 친구와 함께 방문하기로 했다.
우선 요즘 물 냉면을 그리도 입에 당기기에 보이는 곳마다 들러서 먹곤 하는데 솔직히 요즘 냉면집에서 만든 육수는 MSG 맛이 엄청나게 강해서 국물을 먹다가 그냥 그대로 뱉고 나오는 경우도 종종 있어서 확실히 맛있냐고 물어봤는데, 이곳은 세숫대야에 큼직하게 냉면을 주는데 가격이 굉장히 저렴하여 동네 사는 사람들만 아는 강서구청 맛집 중 하나라고 잔말 말고 따라오라고 했다.
그렇게 붙들려 한걸음 한걸음 가고 있는데 웬 음식점 앞에 사람들이 북적북적 모여 있는 것이 아닌가? 이곳이 오늘 방문하게 될 강서구청 맛집 왕세숫대야냉면이라고 한다. 점심시간에 방문하긴 했지만 주말이기도 하여 점심 드시러 오는 직장인들도 별로 없을 텐데 이렇게 바깥에서 앉아서 줄 서 있는 곳은 오래간만에 보는 듯하다.
왕세숫대야냉면 같은 경우 내부 공간이 그리 넓지도 않지만 착한 가격과 푸짐한 양으로 동네분들이 자주 애용하는 강서구청 맛집 중 한 곳이라고 한다. 하지만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 없다고... 먹어보지도 않고 난 이곳을 인정할 수 없다는 생각에 두 눈을 부릅뜨고 친구에게 꼬투리 잡을 것들을 생각하고 찾기 시작했다.
밖에 앉아서 15분에서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드디어 가게 내부로 들어왔는데 가게 내부에 들어왔다고 해서 바로 자리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맛있길래 이렇게 사람들이 기다려가며 먹는지 갑자기 궁금하기 시작했다.
응? 근데 이건 뭐? 프랜차이즈 매장도 아니고 대형 매장도 아닌 조그마한 동네 음식점에서 무인 자판기 키오스크가 웬 말? ㅋㅋ 진짜 어마 무시하게 장사가 잘 되는가 보다.
뒤에 기다리시는 분들 때문에 키오스크에 나와 있는 메뉴들의 가격 사진을 못 찍었는데 내가 주문을 하면서 놀랐던 것은 왕세숫대야냉면에서는 냉면 외에도 돈가스 그리고 스파게티, 회덮밥, 갈비탕, 국수, 쫄면 등 취급하고 있는 메뉴가 굉장히 다양하다. 근데 가격이 5천 원이 넘는 것이 없다는 점이 가장 놀라운 점. 내가 사랑하는 가성비 최고의 음식점 김밥천국도 요즘 5천 원짜리 식사 메뉴를 찾기 힘든데 이곳은 곱빼기 메뉴를 제외 한 모든 메뉴가 5천 원 미만이다.
특히 어느 맛집이나 그렇겠지만 맛집으로 자리 잡는 데 있어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메인 메뉴가 있기 마련이고 실제로 그러한 곳을 방문해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 메인 메뉴만을 먹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왕세숫대야냉면에 자리 잡은 손님들 같은 경우 냉면을 드시는 분들도 많지만 돈가스, 야채비빔밥, 덮밥, 스파게티 등등 자리마다 각기 다른 메뉴들을 주문해 먹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갈비탕을 좋아하지만 비싸서 자주 못 먹는데 이곳은 갈비탕조차도 4천5백 원이라고 하니까... 정말 가격적인 측면에서는 주변 직장인분들이 좋아할 만한 강서구청 맛집이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게다가 맛집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만큼 이곳은 원하는 자리에 앉는 것은 사치다. 그냥 자리가 나면 불편하든 말든 그냥 앉아야 한다.
아무튼 요즘 나 같은 경우 물냉면의 MSG 맛에 너무 치가 떨려서 비빔냉면을 주문했고 친구는 물냉면을 주문했다. 4천 원이라는 가격이 무색할 만큼 세숫대야에 계란은 물론이고 오이, 김치 무 등 푸짐하게 올려져 있고 안에 면도 상당히 많이 있었다. 세숫대야 냉면 하면 내가 학창 시절을 보냈던 인천의 화평동 냉면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 왕세숫대야냉면 역시 예전에는 그곳과 마찬가지로 면 리필이 가능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리필 서비스는 제공되고 있진 않지만 충분히 가격 대비 푸짐한 양이라고 할 수 있다.
가격이 너무 저렴하고 미리 식사를 하고 계신 분들 중에서 돈가스를 드시는 분들도 꽤나 많으시길래 냉면과 함께 돈가스도 같이 주문했다. 돈가스 크기는 뭐 그리 크진 않지만 마찬가지로 가격 대비 상당히 풍족한 양이고 점심 한 끼를 채우기 위해 딱 적당한 양이었다.
우선 내가 주문한 비빔냉면의 맛은 우선 '와~ 진짜 맛있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는 아니지만 그간 우후죽순 사이드 메뉴로 판매하고 있는 여러 음식점들의 냉면과는 확실히 맛이 꽤나 괜찮은 편에 속했다. 그리 맵지도 않고 조미료 맛도 그리 세지 않은 터라 별다른 해코지할 요소는 없었고 돈가스랑 함께 곁들어 먹으니 그 궁합도 꽤나 괜찮았다.
친구가 시킨 물냉면을 한 젓가락 빼앗아 시식해보는데 음.. 개인적으로는 물냉면보다는 비빔냉면이 내 입맛에 맞았으나 친구는 물냉면이 훨씬 맘에 든다고 말한다. 입맛에 대한 차이는 뭐 서로 다르니까 존중해주기로. 중요한 것은 가격이 저렴하지만 양이나 맛이 그리 흠을 잡을 구석이 없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렇게 왕세숫대야냉면에서의 해장을 끝내고 아까 받았던 영수증을 다시 한번 확인해보는데... 가격이 정말.. 너무너무 착하다. 다른 곳에서 2인분 주문한 금액보다 저렴하거나 비슷한 수준에 총 3개의 메뉴를 먹었으니 말이다. 인정하려야 안 할 수 없는 강서구청 맛집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친구가 말하는 동네 주민들이 인정한 강서구청 맛집이라는 의미가 어떤 뜻인지 알게 해준 왕세숫대야냉면. 개인적으로도 만약 회사 인근에 왕세숫대야냉면 같은 음식점이 있다면 매일 같이 질리지 않고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으며, 등촌, 가양 주변에서 술 한잔하고 다음날 해장이 필요하신 분들 역시 꼭 한번 가보면 후회 없을 곳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아 참고로 왕세숫대야냉면에는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길가에 주차를 하거나 건물 뒤편 5~6대 정도 들어갈 수 있는 주차장이 있긴 한데 골목이 좁으므로 방문하는데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